NB이번 생엔 내 이름으로 데뷔시킨다ILLUSTRATED NOVEL
EPISODE 06삽화 웹소설

이번 생엔 내 이름으로 데뷔시킨다

한 번 불러볼게요.

회귀 · 엔터테인먼트 · 성장·약 15분·삽화 6장
자신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은 같지 않았다.
도린은 무대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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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린은 첫 음을 확인하더니 반주를 멈춰달라고 했다.

나는 재생 버튼에서 손을 뗐다.

“다시 들려줄까?”

“아뇨. 여기 들어가는 데만요.”

도린이 가사지의 앞부분을 짚었다. 후렴 바로 전이었다.

나는 두 마디 앞에서 틀었다. 도린이 작게 박자를 세고 고개를 들었다.

첫 음은 맞았다.

가이드에서 힘이 많이 들어갔던 자리인데, 도린은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했다. 낮은 파트를 부를 때와 달리 소리가 조금 얇아졌다. 그래도 문장은 들렸다.

두 번째 줄부터 어깨가 올라갔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손을 움직이려다 멈췄다.

도린은 끝까지 불렀다. 마지막 음절이 짧게 끊겼고, 그 뒤로 숨소리가 들어왔다.

반주가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자 내가 재생을 멈췄다.

도린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 가사지를 조금 낮추고 숨을 골랐다.

가람이 도린을 보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어땠어?”

내가 묻자 도린은 입술을 한번 적셨다.

“뒤에서 숨이 모자랐어요.”

“응. 첫 줄은 괜찮았어.”

도린이 가사지를 다시 봤다.

“한 번 더 해도 돼요?”

“조금 쉬고.”

“지금 해도 되는데.”

“지금 하면 방금 놓친 데 신경 쓰느라 더 힘줄 것 같아. 물 마시고 와.”

도린은 잠깐 서 있다가 벽 쪽으로 갔다.

나는 녹음한 파일에 이름을 붙였다. 첫 테이크라 표시하고 저장했다.

01도린의 첫 후렴

옆에서 세온이 자기 가사지의 접힌 부분을 폈다.

“저도 해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온은 첫 줄을 부르기 전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렴 앞을 비운 편곡에 몸이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았다. 예전 가이드처럼 처음부터 힘을 주지는 않았다.

높은 음이 나왔을 때도 턱이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단어에서 소리가 가늘어졌지만 끝나는 자리까지 갔다.

나는 두 파일을 같은 폴더에 넣었다.

세온이 물었다.

“끝에 좀 작았죠?”

“응. 그런데 앞에서 무리하지 않으니까 뒤까지 들렸어.”

세온이 가사지에 표시했다.

도린은 물병을 들고 돌아와 자기 자리에 섰다. 세온이 움직이자 조금 옆으로 비켜줬다.

가람이 손을 들었다.

“저는 다른 데 해봐도 돼요?”

“어디?”

가람이 두 번째 벌스를 가리켰다.

“여기 짧게 말하는 거요. 제가 좀 바꿔봤는데.”

“불러봐.”

가람은 종이를 들고 처음 몇 마디를 읽듯이 불렀다. 음을 길게 끌던 부분을 잘라서 말이 더 많아졌다. 중간에 호흡이 급해져 마지막 두 단어가 붙었다.

가람이 먼저 웃었다.

“여기서 망했어요.”

“말이 많아졌네.”

“네. 쓰다 보니까.”

“어디까지 꼭 하고 싶어?”

가람이 종이를 보다가 두 군데를 지웠다.

“이건 없어도 될 것 같아요.”

나는 마우스를 놓고 가람이 고르는 걸 기다렸다. 가람은 읽어보고, 한 단어를 다시 살리고, 결국 처음 적은 것보다 짧게 만들었다.

두 번째에는 끝까지 갔다.

도린이 옆에서 말했다.

“그게 더 잘 들려.”

가람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많이 쓰는 게 좋은 건 아니구나.”

“네가 방금 못 불렀잖아.”

“알아. 그래서 지웠어.”

둘이 잠깐 눈을 맞췄다. 가람이 먼저 웃었지만 도린은 가사지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가람이 고친 버전을 저장했다.

원래 데모를 틀었을 때는 없던 말이었다. 아직 어색한 단어도 있었지만, 가람이 직접 고른 리듬에 더 가까웠다.

“이거 사진 찍어서 보내줘. 반주랑 붙여볼게.”

가람이 얼른 휴대전화를 꺼냈다.

02가람이 직접 고른 리듬

해진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왔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내게 음원부터 달라고 했다. 이어폰으로 한 번 듣더니 노트북을 가져와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자리를 내줬다.

해진은 후렴 앞을 여러 번 들었다.

“여기 세온이가 서요?”

“지금은 그렇게 보고 있어요. 아직 다른 애들도 불러보는 중이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린은 거울 앞에서 팔을 풀고 있었다. 해진이 그쪽을 보며 물었다.

“어제 수업에서는 어디까지 했어?”

“후렴 들어가는 데까지요.”

“보여줘.”

도린이 가사지를 내려놨다.

조금 전까지 노래하면서 굳어 있던 어깨가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휴대전화를 연결하고 자기 위치에 섰을 때는 표정부터 달라졌다.

음악이 시작됐다.

나는 편곡을 확인하려고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도린은 내가 소리를 쌓아 올린 곳에서 오히려 동작을 작게 썼다. 크게 움직였다가 멈추는 자리도 정확했다. 다음 동작을 준비하느라 앞의 것을 급하게 끝내지 않았다.

해진이 중간에 음악을 멈췄다.

“여기서 앞으로 나올 수 있어?”

“얼마나요?”

해진이 바닥을 짚었다.

도린이 거리를 확인하고 한 번 움직였다.

“이 정도요?”

“응. 대신 마지막에 상체 먼저 가지 말고.”

두 번째에는 바로 고쳤다.

나는 그걸 보다가 도린이 후렴을 부르겠다고 했을 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애가 자신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이 꼭 같지는 않았다.

잘하는 걸 맡기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린이 가사지에서 고른 곳은 내가 써둔 이름보다 위에 있었다.

해진이 내게 물었다.

“이렇게 들어오면 후렴 시작하는 사람하고 자리 바꾸는 건 괜찮죠?”

나는 화면을 봤다.

후렴에 세온이 들어가면 도린은 앞으로 나왔다가 옆으로 빠져야 했다. 동작만 보면 자연스러웠다.

“한 번 같이 해봐야겠어요.”

해진이 멤버들을 불렀다.

세온이 가사지를 들고 일어났다. 도린은 물병을 내려놓고 제자리로 갔다.

둘은 잠깐 서로를 봤다가 해진의 설명을 들었다.

처음 맞춰본 것은 매끄럽지 않았다.

도린이 앞으로 나오는 속도와 세온이 움직이는 속도가 달랐다. 가람은 자기 차례가 아닌데 옆에서 같이 움직이다가 리에와 어깨가 닿았다.

음악이 멈추자 리에가 먼저 한 걸음 물러났다.

“제가 여기까지 와서 그런 것 같아요.”

해진은 바닥을 봤다.

“너무 멀리 왔어?”

“아까는 이 선 보고 왔는데, 지금은 도린 언니 보고 와서요.”

도린이 고개를 돌렸다.

“나 때문에 바뀐 거야?”

“언니가 앞으로 오니까 제가 비켜야 하는 줄 알았어요.”

해진이 네 사람의 위치를 다시 잡았다.

나는 반주를 앞쪽으로 돌렸다. 동작을 맞추는 동안에는 노래를 하지 않게 했다.

세온은 입을 다문 채 박자를 셌다. 도린의 어깨가 가까이 왔을 때 한 발을 옮겼고, 그 뒤에 리에가 들어왔다.

몇 번 지나자 네 사람이 서로 부딪치지 않았다.

가람이 멈춰 선 뒤 물었다.

“이제 노래도 해요?”

“응. 힘들면 중간에 멈춰도 돼.”

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이 시작되고 도린이 자기 파트를 불렀다. 동작은 잘 맞았는데,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 끝음이 사라졌다.

세온은 후렴 첫 단어를 조금 늦게 시작했다.

나는 음악을 껐다.

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늦게 비켰어요?”

세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들어가면서 숨 쉬느라.”

해진이 두 사람의 위치를 다시 봤다.

나는 노트북에 표시를 남겼다.

어제는 음원에서 풀 수 있을 것 같았던 문제가 몸을 움직이자 다시 달라졌다. 편곡을 고친 만큼 안무에서도 조정이 필요했다.

오늘 안에 전부 끝내겠다고 잡은 계획에서 또 하나를 지웠다.

03노래와 동선이 만나는 자리

잠깐 쉬는 동안 도린이 내 쪽으로 왔다.

가람은 리에와 동선표를 보고 있었고, 세온은 물을 마시러 나간 뒤였다.

도린은 자기 가사지를 내 앞에 놓았다.

“저 여기 맡는 건 정해진 거예요?”

손끝이 낮은 벌스 위에 있었다.

“아직 전부 확정한 건 아니야. 그런데 거기는 네가 부르면 좋겠어.”

“낮아서요?”

“그것도 있고. 네가 말하듯이 끝내는 게 잘 맞아서.”

도린은 종이를 가져가지 않았다.

나는 의자를 조금 돌렸다.

“후렴 하고 싶었던 이유 물어봐도 돼?”

도린이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맨날 다른 사람이 부르니까요.”

대답이 짧았다.

나는 기다렸다.

“춤은 제가 앞에서 하는데, 노래 나오면 뒤로 가요.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서.”

도린은 말하고 나서 입술을 다물었다.

나는 무심코 별개라고 말할 뻔했다. 누가 앞에 서는지와 누가 중요한지를 나누어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도린이 원하는 파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앞에서 노래도 하고 싶다는 거지?”

“네.”

도린이 바로 답했다.

“못하면 안 주셔도 돼요. 그런데 한 번 하고 안 된다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나는 녹음 파일 목록을 열었다.

도린이 자기 이름이 적힌 파일을 봤다.

“아까 첫 줄은 괜찮았어. 뒤가 문제고.”

“네.”

“몇 번 더 해보자. 다만 지금 되는 것보다 세게 부르려고 하지는 마. 그럼 비교하기가 어려워.”

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사지를 돌려줬다.

그 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첫 문장을 아주 작게 불러봤다.

04앞에서 노래도 하고 싶어요

도린은 후렴을 두 번 더 불렀다.

두 번째에는 첫 줄부터 힘이 들어갔다. 나는 중간에 멈추고 잠깐 쉬게 했다.

세 번째에는 훨씬 가볍게 시작했지만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했다.

도린도 알았는지 마지막 음을 놓고 한동안 가사지만 봤다.

나는 녹음을 저장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도린이 나를 봤다.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지금은 더 해도 비슷할 것 같아.”

“이번에는 앞에서 덜 쓸게요.”

“아까도 그 생각으로 했잖아.”

도린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말을 조금 늦췄다.

“오늘 부른 거 남겨놓고, 내일 같이 듣자. 부르면서 몰랐던 것도 들릴 거야.”

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가람이 옆에서 물병을 밀어줬다.

도린이 받으면서 작게 고맙다고 했다.

세온은 두 사람을 봤다가 내 앞으로 왔다.

“PD님.”

“응.”

“저는 후렴 계속 연습해도 되죠?”

나는 세온을 봤다.

가사지에는 처음 내가 표시해준 것보다 훨씬 많은 메모가 있었다. 어디서 숨을 쉴지, 어떤 단어를 짧게 할지. 자기가 들어보고 바꾼 흔적이었다.

“그럼. 네 것도 계속 보고 있어.”

세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도린이 이쪽을 봤다. 세온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안에 파트를 다 정하려던 메모를 지웠다.

내가 편해지려고 서둘러 정할 일은 아니었다.

05두 사람 모두의 후렴

해진은 수업 때문에 먼저 나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노래만 한 번 맞춰봤다. 가람이 고친 랩은 아직 반주와 조금 어긋났지만, 도린이 받아주는 구간까지 이어지자 덜 급하게 들렸다.

리에는 처음부터 작은 소리로 시작하지 않았다. 세온은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가사지를 보다가, 앞사람이 끝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후렴은 우선 세온이 불렀다.

도린은 자기 파트가 끝난 뒤 옆에서 듣고 있었다. 팔을 접지도 않았고, 다른 데를 보지도 않았다.

나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

가람이 노래를 마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끝까지 갔어요.”

리에가 가사지를 내려다봤다.

“저 중간에 한 글자 놓쳤어요.”

“나도.”

도린이 말했다.

세온은 마지막 문장에 표시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해요?”

나는 시계를 봤다.

내가 처음 약속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아니. 오늘은 가자.”

가람이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물었다.

“틀렸는데요?”

“내일 또 할 거잖아.”

나는 녹음한 파일을 저장했다.

애들이 가방을 챙기는 동안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가람의 수정 가사도 받아뒀고, 리에가 정리한 위치표도 폴더에 넣었다.

도린은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왔다.

“PD님, 아까 부른 거 지우지는 마세요.”

“안 지워.”

“안 된 것까지요.”

나는 화면을 조금 돌려 보여줬다.

도린의 이름으로 저장한 파일이 세 개 있었다.

“다 있어. 내일 들어보자.”

도린은 파일명을 확인한 뒤 고개를 숙였다.

06지우지 않은 세 개의 파일

“감사합니다.”

가람이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도린이 나가자 문이 닫혔다.

나는 혼자 남아 첫 번째 파일을 눌렀다.

도린의 목소리가 나왔다.

높은 음에 들어가기 전 짧게 숨을 들이마셨고, 첫 줄을 불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다음 문장에서 소리가 조금씩 굳었다.

나는 중간에 끊지 않고 마지막까지 들었다.

재생이 끝난 뒤 후렴에 적어둔 이름을 봤다.

세온.

그 아래 연필로 덧붙인 도린의 이름은 지우지 않았다.

내일은 둘 다 있는 자리에서 다시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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