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이번 생엔 내 이름으로 데뷔시킨다ILLUSTRATED NOVEL
EPISODE 04삽화 웹소설

이번 생엔 내 이름으로 데뷔시킨다

같은 곡으로
하시죠.

회귀 · 엔터테인먼트 · 성장·약 15분·삽화 6장
평가곡은 같아도 똑같이 부를 필요는 없었다.
이제 음악과 안무를 네 사람에게 맞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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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는 이 층 회의실에 있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누군가 예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대화가 끊긴 틈에 노크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회의실 안에는 제작팀장도 있었다. 오히려 잘됐다.

“평가곡 때문에 잠깐 말씀드리려고요.”

“전달 못 받았어요?”

“받았습니다. A팀은 지난주부터 연습했다면서요.”

제작팀장이 의자에서 몸을 돌렸다.

“안무까지 들어간 건 아니고, 곡 익히는 정도예요.”

“언제부터 연습했는지 확인하려고요.”

“지난주 수요일.”

내가 파일을 보낸 건 화요일 밤이었다.

강태오는 내 표정을 보더니 펜을 내려놨다.

“회사 프로젝트에 쓰려고 보낸 데모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먼저 검토한 거예요. 외부에 보낸 것도 아니고.”

그 말도 맞았다. 오늘 계약서에 넣기로 한 조항을 어긴 일도 아니었다.

나는 파일이 담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는 오늘 알려주셨어요?”

“오늘 결정됐으니까.”

“A팀이 연습하기 시작한 건 지난주고요.”

제작팀장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서경 씨한테 맡길 애들이 오늘 정해졌잖아요. 전달이 좀 늦은 건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누가 언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따져도 연습할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두 팀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실 건가요?”

강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비교가 되죠.”

“그럼 편곡은 각자 해도 됩니까?”

“얼마나 바꾸려고요?”

“네 명 목소리 들어보고 작업 중이었어요. 키하고 파트 구성은 바꿔야 합니다.”

강태오가 나를 잠깐 봤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틀어보라고 했잖아요. 혼자 다 정해놓지 말고.”

목 뒤가 뜨거워졌다.

나는 아까 연습실에서 들은 네 목소리를 떠올렸다. 지금 여기서 다투는 동안에도 애들은 내가 가져온 다른 곡을 맞추고 있었다.

“이 곡으로 하겠습니다. 대신 편곡하고 파트 배분은 제가 할게요.”

“지금 부르는 데도 벅찬 애들인데 편곡까지 바꾸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건 제가 보고 정하겠습니다.”

강태오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조금 전까지 돌리던 펜이 손가락 사이에서 멈췄다.

나는 제작팀장을 봤다.

“평가 항목도 오늘 안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보컬, 안무, 팀 구성 중에 뭘 중점적으로 보는지요.”

“그건 아직 최종으로 안 나왔어요.”

“정해지는 대로 두 팀에 같이 전달해주세요.”

팀장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최종 음원은 평가 이틀 전에 드리겠습니다.”

“편곡 인력은 따로 못 붙여줘요.”

강태오가 말했다.

“제가 합니다.”

“디렉팅도 해야 하잖아.”

끝에 다시 반말이 붙었다.

전에는 저렇게 물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설명했다. 언제 편곡하고, 언제 녹음하고, 잠은 얼마나 줄이면 되는지.

이번에는 일정만 말했다.

“안무 담당자하고 먼저 상의하고 조정할게요. 누구한테 연락드리면 되죠?”

제작팀장이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조금 돌렸다.

일정표에 이름이 하나 있었다.

유해진.

나는 화면을 잠깐 더 봤다.

“아는 분이죠?”

“같이 일한 적 있어요.”

좋게 끝난 작업은 아니었다.

01같은 곡, 다른 조건

복도에 나오자 강태오가 뒤따라왔다.

“서경아, 잠깐.”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가 회의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와서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너 곤란하게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아?”

“지금 곤란한 건 맞아요.”

“같은 곡 시켜보면 차이가 보여. 애들한테도 자기 수준 아는 게 나쁘지 않아.”

“저는 잘할 수 있는지 보려고요.”

“그게 그 말이지.”

그는 답답하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내가 그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줄 알고 설명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평가 항목 나오면 보내주세요. 안무 선생님한테 연락하겠습니다.”

돌아서려는데 그가 다시 불렀다.

“밥은 먹었어?”

나는 그를 돌아봤다.

“먹었어요.”

“지금 나가서 커피라도—”

“애들 기다려요.”

말을 끊고 나니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 빠졌다.

나는 더 기다리지 않고 계단 쪽으로 걸었다. 휴대전화 화면에 유해진의 연락처를 띄우고, 한 번 읽은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세 번 가고 전화가 연결됐다.

“네.”

“안녕하세요. 윤서경입니다.”

짧은 침묵이 있었다.

“네, PD님.”

반갑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도 바로 본론을 꺼냈다.

“넥스트 비트 평가 안무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팀이 둘로 늘었다고 방금 연락받았어요.”

“추가된 네 명은 제가 맡습니다. 곡 편곡도 제가 하고요.”

“편곡본은 언제 나오는데요?”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지금부터 작업하려고요. 그전에 안무 쪽에서 필요한 것부터 상의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완성하고 주시는 거 아니고요?”

지난 작업이 떠올랐다.

강태오가 공연 사흘 전에 곡 중간을 늘리라고 했다. 나는 안무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지 않고 파일부터 고쳐 보냈다. 해진은 무대 전환과 동선을 다시 짜야 했다.

항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나도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대답이었다.

“네. 먼저 얘기하려고요.”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지금 회사예요?”

“네.”

“저 삼십 분 뒤에 도착해요. 애들 먼저 볼 수 있죠?”

“연습실에 있어요.”

“그럼 거기서 봐요.”

전화는 짧게 끝났다.

02유해진에게 건 전화

나는 연락처를 닫고 연습실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도린과 가람이 동시에 돌아봤다.

세온은 리에 옆에 앉아 아까 녹음한 부분을 듣고 있었다. 내 노트북은 건드리지 않고 녹음기에 남은 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중이었다.

“오래 걸렸지. 미안.”

가람이 손에 들고 있던 가사지를 내려놨다.

“PD님, 무슨 일 있어요?”

“평가곡이 정해졌어.”

“아까 그거 아니고요?”

“응. 다른 곡.”

나는 노트북에서 세 번째 데모를 열었다.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오자 가람이 눈을 깜박였다. 도린도 스피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A팀 연습하는 곡인데요.”

“맞아. 같은 곡으로 평가한대.”

가람이 도린을 봤다.

리에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도린이 물었다.

“지금부터요?”

“응.”

“그쪽은 저번 주부터 했는데요.”

“알아. 확인하고 왔어.”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중간에 말을 보태서 애들 반응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 피아노 음이 사라지고 세온이 가사지를 뒤집었다.

“파트는 다르게 나눠도 돼요?”

“응. 키랑 편곡도 바꿀 거야.”

“그러면 악보도 새로 나오는 거죠?”

“오늘 안으로 정리해줄게.”

가람이 바닥에 놓인 펜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아까 하던 건 안 해요?”

“연습한 거 아까워?”

“조금요.”

가람은 말하고 나서 내 표정을 살폈다.

“이제 좀 맞는 것 같아서.”

나도 그랬다.

고작 네 마디였지만 처음과 끝을 함께 들어볼 수 있게 됐다. 오전 내내 한 것이 없어지는 것 같아 싫을 만했다.

“오전에 너희 목소리 들은 건 이 곡에도 쓸 거야. 어떻게 나누면 되는지 조금 알았으니까.”

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밝아지지는 않았다.

도린은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

“저희가 아는 곡으로 하면 안 된대요?”

“두 팀이 같은 곡으로 하는 게 조건이야.”

“왜요?”

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비교하기 좋다고 하셨어.”

도린의 눈썹이 조금 모였다.

“그럼 연습 시작하는 날도 같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얘기도 했어.”

“그래도 그대로 하래요?”

“응.”

도린이 입술을 다물었다. 가람도 이번에는 장난을 치지 않았다.

나는 가사지 옆에 앉았다.

“나도 시간이 다른 건 문제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너희가 그냥 괜찮다고 할 필요도 없어.”

세온이 나를 봤다.

“대신 지금 바꿀 수 있는 것부터 하려고. 곡은 같아도 똑같이 부를 필요는 없으니까.”

03멤버들에게 전한 평가곡

리에는 태블릿을 켰다.

“원래 곡을 들으면 A팀이 하는 게 자꾸 생각날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었다. 같은 복도에서 연습했고, 서로의 평가도 봤을 테니까.

나는 가이드 보컬을 껐다.

“그럼 반주부터 듣자. 오늘은 남이 어떻게 불렀는지 말고, 너희가 어디서 들어가고 싶은지만 표시해봐.”

반주를 두 번 들은 뒤, 각자 표시한 것을 확인했다.

세온은 첫 후렴을 골랐다. 가람은 두 번째 벌스의 짧은 리듬 구간을 짚었다.

도린은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았다.

“도린이는?”

“춤 보고 정하고 싶어요.”

“노래 파트인데?”

“어디서 움직이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도린은 가사지를 내 쪽으로 돌렸다.

“여기 바로 다음에 제 파트면 숨찰 것 같아요. A팀은 여기서 많이 움직이던데.”

나는 그 부분을 재생했다.

곡을 만들 때는 보컬이 힘을 올리기 전에 반주부터 넓혀주는 데만 신경 썼다. 그 구간에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안무 선생님 오시면 같이 보자.”

“오늘 오세요?”

“응. 곧.”

리에가 자기 가사지를 내밀었다.

그 애는 후렴이 아니라 그 직전의 짧은 구간을 골랐다.

“여기가 좋아?”

“네. 뒤에 크게 나오니까, 앞에서는 작게 불러도 될 것 같아서요.”

나는 반주를 다시 들었다.

리에 말대로라면 후렴의 차이를 더 만들 수 있었다. 데모에서는 내가 그 부분까지 세게 부르고 있었다.

그 구간을 따로 표시하고 저장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해진은 검은 가방을 어깨에서 내리며 연습실 안을 둘러봤다. 운동화 끈을 한 번 확인하고, 문 옆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네 명이 일어나 인사했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이에요.”

“네. 잘 지내셨어요?”

인사는 평범했다. 그가 내 노트북을 보기 전까지는.

“방금 이 곡 듣고 있었죠?”

“네.”

“편곡은 어느 정도 바꾸실 거예요?”

“우선 키부터 조정하고, 후렴 앞을 좀 덜어내려고요. 아직 애들한테 다 불려보지는 못했어요.”

해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멤버들을 봤다.

“동작 몇 개 먼저 볼게요. 준비해온 안무 있어요?”

도린이 바로 답했다.

“네.”

“음악 틀어줄래요?”

도린이 휴대전화를 연결했다.

춤이 시작되자 아까까지 가사지를 내려다보던 얼굴이 달라졌다. 시선이 거울에 고정됐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때 머뭇거림이 없었다.

나는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을 봤다. 큰 동작 뒤에도 몸이 흔들리지 않았다. 힘이 남는 곳과 빼는 곳을 구분해서 쓰고 있었다.

해진은 중간에 한 번 멈췄다.

“여기까지만. 가람이도 같은 부분 해볼래?”

가람은 도린과 달랐다. 동작이 조금 덜 정확해도 시선이 먼저 왔다.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보고 웃다가 다음 박자에서 표정이 바뀌었다.

세온은 발보다 팔이 늦었고, 리에는 동작이 작지만 끝나는 위치가 정확했다.

해진이 네 사람을 차례로 보고 물을 마셨다.

04해진 앞에서의 첫 동작

“PD님, 곡 한번 틀어주세요.”

나는 평가곡을 재생했다.

해진이 도린에게 후렴의 여덟 박자만 간단히 알려줬다. 도린은 두 번 보고 따라 했다. 가람이 옆에서 같은 동작을 작게 맞췄다.

“이거 하면서 후렴 불러볼래?”

세온이 먼저 가사지를 들었다.

반주가 커지고, 네 사람이 움직였다.

가만히 서서 불렀을 때보다 숨이 훨씬 거칠었다. 세온은 높은 음에 들어가기 직전 팔을 내렸고, 도린은 자기 동작을 끝내느라 첫 단어를 놓쳤다.

해진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나는 음악을 멈췄다.

그는 세온에게 마지막 동작을 한 번 더 해보게 했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왔다.

“후렴 첫 음, 꼭 여기 있어야 해요?”

나는 화면의 해당 마디를 봤다.

“지금은요. 왜요?”

“올라오는 순간에 노래도 제일 높아져요. 앞에서부터 이렇게 움직이면 들어갈 숨이 없어요.”

“동작을 줄이면요?”

“줄일 수는 있어요.”

해진이 뒤를 돌아 도린을 봤다. 음악이 멈췄는데도 조금 전 배운 동작을 혼자 다시 해보고 있었다.

“그런데 도린이는 저기서 더 보여줄 수 있거든요.”

나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봤다.

해진이 덧붙였다.

“안무 먼저 양보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느 쪽이든 정해야 한다는 거죠.”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해진이 만들고 싶은 동작을 전부 넣으면, 중간에서 애들만 버텨야 했다.

05음악과 안무 사이

나는 후렴 앞 두 마디를 반복 재생했다.

피아노가 차오르고, 드럼이 들어오고, 내가 부른 높은 음이 시작됐다.

가만히 듣던 세온이 손을 들었다.

“PD님. 저 여기부터 계속 세게 부르고 있잖아요.”

“응.”

“후렴 들어가기 전까지 조금 작게 불러봐도 돼요?”

리에는 자기 가사지에 표시한 곳을 봤다.

해진이 내 화면에서 눈을 떼고 세온 쪽으로 돌아섰다.

나는 가이드 보컬을 껐다.

“해보자.”

세온이 숨을 골랐다. 이번에는 동작 없이, 후렴 직전부터 불렀다.

나는 첫 구절을 듣고 손을 멈췄다.

지난번의 나는 여기서 더 힘을 주라고 했다.

지금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06세온이 제안한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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